한 달 내내 같은 책을 봅니다.
아이가 물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매번 다른 데를 보거든요.
어제는 나무를 봤고 오늘은 나무 그늘에 앉은 아이를 봅니다. 같은 그림인데 볼 때마다 다른 게 보이는 나이예요.
한 줄씩 쪼개서 들어갑니다
빨리 읽고 다음 책으로 가지 않습니다.
한 문장에서 멈춰 서서 그게 무슨 일인지 이야기해요. 왜 그랬을까, 그때 마음이 어땠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야기가 짧아도 그 안에서 갈 수 있는 데가 아주 많습니다. 한 달이 걸리는 이유가 그거예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는 달이라고 해볼게요.
먼저 나무를 만나러 나갑니다. 껍질을 손으로 만져 보고, 어디가 거칠고 어디가 매끈한지 찾아봐요. 그늘에 들어가면 정말 시원한지도 확인합니다.
책에 나오는 나무를 종이에서 꺼내 진짜로 만나 보는 거예요.
내 나무가 생겨요
그러고 나서 아이가 나무를 하나 고릅니다. 이제부터 그게 내 나무예요. 이름을 붙여 줍니다.
자기 이름을 그대로 붙이는 아이가 많아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 이름을 가져오기도 하고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동생의 태명을 붙인 아이가 있었고, 자기가 배 속에 있을 때 불리던 이름을 붙인 아이도 있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름도 많습니다.
청진기를 대고 나무 안에서 나는 소리도 들어 봅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는 아이가 있고,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아이도 있어요.
그리고 관찰일지를 씁니다. 오늘 내 나무가 어땠는지, 어제와 뭐가 달라졌는지요.


그림과 음악까지 갑니다
그 달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명화를 봅니다. 어울리는 음악도 듣고요.
보고 나면 느낀 것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요.
여기서 정답을 맞히는 아이는 없습니다. 정답이 없는 활동이니까요. 같은 그림을 보고 같은 음악을 들었는데 나오는 게 다 다릅니다.




같은 프로그램, 다른 나이. 앞의 셋과 마지막 하나는 나이가 다른 아이들의 같은 활동입니다.
한 권으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빨리 읽으면 이야기를 아는 데서 끝납니다.
오래 붙들고 있으면 그 이야기가 아이 것이 돼요. 자기 나무가 생기고, 자기가 붙인 이름이 생기고, 자기가 적은 기록이 생기니까요.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면 아이가 그 책을 평생 기억합니다. 줄거리를 외워서가 아니라 그 한 달을 살아서요.
여기부터는 은빛 가족에게 열려 있어요.
그 달 한 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이가 쓰고 그린 기록을 가족에게 열어 드립니다.